
개요
1월 22일 넷플릭스에 공개된 초 카구야 공주에 대한 논쟁이 활발해 한마디 거들고자 오랜만에 글을 쓴다.
개인적으로 필자는 본 극장판 애니메이션이 공개되기 이전부터 어느정도 반응을 예상했다. 오리지널 1부작 애니메이션 영화, 초짜 감독, 까다로운 팬을 지닌 보컬로이드라는 소재, 그리고 지나치게 Hype된 기대평. 쇼츠와 릴스는 본작의 공개 이전부터 <월드 이즈 마인> 인트로 부분을 퍼나르며 '망할 수 없는 애니'라는 칭호를 붙였다. 이런 기대를 받는 오리지널 애니메이션을 망할 수 밖에, 물론 망하지는 않았지만, 없으며 수많은 예비 팬들의 기대감을 못 미칠 수 밖에 없다고 감히 말할 수 있다. 이런 주제로 도박을 할 수 있었다면 걸고 싶을 정도다.
다만 <초 카구야 공주>가 망해버린 끔찍한 극장판 애니메이션인가, 라고 묻는다면 당연히 그렇지 않다. 작품 내내 티가 나게 투자된 작화와 압도적인 동화매수, 굳이 이렇게까지? 싶은 장면까지 투자된 애니메이팅을 보면 눈이 즐겁다. 예상치 못한 액션신과 불꽃놀이 장면에서 나타나는 소프트 백합 묘사와 관계역전의 심리선은 이 영화를 감상한 가치가 있는 시간이었다. 다만 그렇기에 실망의 목소리가 나오는 법이다. 훌륭한 작품과 투자였지만, 조금만 방향타를 틀었다면 어땠을까 싶은 아쉬움의 목소리가 인터넷에 투영되고 있다고 사료된다.
1. 그래서 VOCALOID인가?

너희가 월드 이즈 마인이라며
<초 카구야 공주>의 첫 번째 기대와 첫 번째 실망은 동일한 지점에서 발생한다.
첫 번째 트레일러의 시작은 ryo(supercell)의 <월드 이즈 마인>의 인트로, '세카이데~ 이치반 오히메사마~'로 시작함과 동시에 나열되는 ryo, 40mp, honeyworks, yuigot, aqu3ra, kz(livetune)의 네임드 보카로p이다. 그렇기에 당연히 시청자들은 "VOCALOID 문화를 주제로 하거나, 최소한 노래를 주제로 하는 영화겠구나" 라는 기대를 품게 된다.
허나 가장 많은 논쟁이 발생한 장면도 같다. <월드 이즈 마인>의 공연은 각 등장인물의 벅차오름으로 웃거나, 개다리춤을 춰서 다소 진심이 아닌 장면으로 보여진다. 영화를 전부 관람한 입장에서 '카구야'의 캐릭터성을 감안하면 이해가 가능한 영역이지만, 홍보 주체였던 재해석된 <월드 이즈 마인>을 비롯한 VOCALOID 곡을 기대한 청자들의 입장에선 난해하다. 실제로 이어지는 오리지널 곡들은 진지하게 불렀다는 점에서 '굳이' <월드 이즈 마인>을 캐릭터성을 해소하는데 사용할 필요가 있었을까 의문이 든다.
(물론 오리지널 곡을 장난스레 부르면 무슨 곡인지 조차 모르는 사태가 벌어지니, 오리지널 곡을 사용할 수도 없다.)
'이로하'를 이로하P라고 부르고 삽입곡인 <해피 신디사이저>, <월드 이즈 마인>의 선정과 프로듀서들의 제공곡을 보면 제작진이 보컬로이드에 대해 무지하다고 생각할 수 없다. 버츄얼 유튜버 문화에 대해서도 지나가는 Live2D 모델과 슈퍼챗 등의 디테일을 보면 전부 잘 알고 있지만 '야마시타 신고' 감독의 인터뷰에서 보였다 시피 '좋아하는 것들을 모두 넣었다'보니 터질려는 상자가 되버렸다.
그렇다고 화려한 라인업으로 귀가 즐거운 OST가 많았느냐 하기에는 영화를 다 본 지금 귀에 남는 곡이 없다. 첫번째 트레일러로 VOCALOID를 전면에 내세우고, 이어지는 트레일러들로 액션과 백합을 홍보했지만 우리는 당연히 첫 번째 트레일러를 기억했고, 제작진들은 뒤의 두 요소를 내새운 나머지 톱니바퀴는 어긋났다.
2. 비중 분배
<초 카구야 공주>의 플롯은 안티 플롯이다. 갑자기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카구야 공주> 전래 동화, 그렇지만 우리는 다시 만나서 Happily lived after. <Once upon a time in Hollywood>의 애니메이션인가. 다만 수요층의 기대는 상술한 보컬로이드 내지 음악 애니메이션이었다. 음악과 작곡은 어디까지나 서브플롯에 머무른다. '이로하'의 문무예체능 겸비 만능 작곡 능력, '카구야'의 보컬 및 작사 능력. '이로하'가 작곡으로 머리를 싸매는 장면이 지나가듯 나오지만 아치요 컵 우승은 노래가 아닌 게임 전투로 해결이 된다.
라이브 무대와 삽입곡이 비중있게 다뤄지는가? '졸업 공연' (이 부분에서 버튜버 팬들도 당황스러워 했을 것이다)에서 노래를 하지만 굳이 여기에 넣어야 했을까싶은 액션신이 나오면서 카구야가 춤추면서 라이브하는 3분 풀 무대를 기대했던 나로서는 실망스러웠다.

개인적인 취향이지만 액션은 서사가 있어야 한다. 상대를 왜 이겨야 하는지, 상대가 어떻게 강하고 어떻게 약해서 나의 어떤 장점으로 상대를 공략하는가. 단순히 때려 부수고 화려하게 이펙트가 터지는 액션은 눈이 즐겁긴 하다만 절박함이 없다. <초 카구야 공주>에서 등장하는 액션은 화려하고 프레임도 높지만 액션신을 넣을 당위성을 충분히 설득받지 못했다.
'카구야 공주'라는 전래동화를 사용한 이상 뻔한 전개는 피할 수 없었다. 다만 그 뻔한 전개를 핑계로 각 등장인물을 가볍게 소모한 경향이 있다. 이로하의 가족 갈등은 가볍게 넘어가고 (같이 보던 친구는 엄마가 아치요가 아니냐는 추측을 했다), 쿠로 오닉스 3인방은 솔직히 들어내고 이로하와 카구야의 뜨기 위한 인방 활동 및 커버곡으로 대체했어도 무방하다.
이에 대해 추천을 많이 받은 디시인사이드 게시물은 숏폼에 최적화된 현대인들을 위해 갈등요소를 제거했다고 분석했지만, 나는 부정한다. 먼저 2시간 33분짜리 단편 극장판을 만든 이상, 관객이 2시간 33분을 온전히 소모할 것이라는 기대를 해야 한다. 그리고 그 빌드업에 할애할 수 있던 시간을 하나하나 쇼츠로 만들 수 있을 자극적이고 인상적인 장면으로 만들었는가? 그렇지도 않다.
결론
<초 카구야 공주>가 실망을 불러 일으킨 이유는 상자가 꽉차버렸기 떄문이다. 버츄얼 유튜버, VOCALOID, 인터넷 커뮤니티(일본 스레드), 니코동 문화 등에 대한 제작진의 애정은 영화 내내 느껴진다. '나 이거 좋아하고 잘 알아'라는 점을 PR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전부 깊게 다루지 못하다 보니 개개인의 기대감을 충족시키지 못한 안타까운 일이라 생각한다.
마무리하며 상술한 디시인사이드 게시물에서 공감한 문장을 인용하며 마치겠다.
이제, 사람은 저마다의 오타쿠 웨이를 걷는다.
80억 명의 인류가 있다면 80억 명의 덕질 방법이 있다.
서브컬쳐로 하나 된 오타쿠 따위는 이제 없다.
알고리즘의 인도 없는 덕질은 고독해졌다.
총평: ★★☆ (2.5 / 5)
터져버린 욕심 가득 선물 보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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